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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세 살 신규간호사의 블로그
간호사가되겠다고?/간호사취업일기

[서른둘, 간호사로 취업하기] 취업 무사히 완료

by 애착인간 2021. 9. 7.

얼레벌레 끝나버린 나의 취업
8월 10일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최종합격자발표가 났다
이미 고려대학교병원에서 최종합격한 상태였지만 분서가 욕심이 났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됐다



선택실습으로 중환자실 실습을 하는 날이었고 데이근무였기때문에 오후 5시에 발표가 날 때는 집에 있을 예정이었다.
밤잠을 설치고 출근해서 실습을 하면서도 온통 합격자 발표에만 신경이 가 있었다.
분서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는 많이 탈락시키지 않는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종면접에서 너무 싱겁게 끝나버린 것 같아서 계속 걱정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실습이 끝이 나고, 오후 4시가 되자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말 많은 병원을 지원하고 각 병원의 서류접수부터 많은 단계의 합격자를 확인했지만
신경쓰지 않는 척,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가 발표가 났다는 말을 듣고 한참 후에나 확인하곤 했던 나는
처음으로 한시간이 넘도록 손에 땀을 흘리면서 합격자발표를 새로고침 하고 있었다.

결과는 합격

기분이 좋았다. 내가 서른두살에 간호사로서 첫 직장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스물아홉에 처음 간호학과에 들어와 이 순간을 그렇게도 기다렸는데
다행히도 무사히 취업의 문을 넘을 수 있었다.

간호사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이런 고민을 일차로 접어두고 일단은 기뻐하자.
원주에서 당장에 차를 예약해서 본가로 올라갔다.
차에서 꽃을 주문해서는 엄마에게 찾아가 서프라이즈로 꽃을 안겨드렸다.
엄마는 펑펑 우셨다. 어린아이처럼.
마음고생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이렇게까지 기뻐할 줄 몰랐기 때문에 더욱 기뻤다.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어떻게 됐냐고 물었을 때,
버스였기 때문에 아주 낮고 작은 목소리로
"됐어"
라고 말했다.
잘 못알아들었는지 한참이 말이 없더니 기어이 마구 갈라진 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고생했어!
이 말에 나도 눈물이 났다.
우여곡절이 없는 평탄한 인생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평범하게 사는 삶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며 피해다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들 다 하는 취업이, 남들보다 5~6년은 늦은 취업에 이렇게나 주책스럽게도 눈물이 났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두려웠던 일이 훨씬 많았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쟤도 했는데! 라며 쉬워지는 날이 올거라고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나의 기운을 나눠줄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