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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세 살 신규간호사의 블로그
간호사가되겠다고?/3학년일기

왜 간호대는 힘이 들까

by 애착인간 2020. 8. 9.

오늘 동기 하나가 전화가 왔다. 휴학할거라고 한다. 휴학한다고 한 애가 세번째다. 우리 학교는 휴학하기가 쉽지 않아서 이렇게 말한 아이들 모두 확정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다. 계속 학교에서 왜 휴학하냐, 여기저기에서 허락받아라, 이런 소리를 많이 들어야 해서 쉽지 않다. 

 다들 힘들어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간호대를 간다고 했을 때 그런 소리를 했다. 간호대 엄청 힘들다던데? 와보니까 뭐가 힘든지 흐리게나마 알 것 같다

 1.  공부하는 게 힘들다. 

 정말 힘들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는 나정도의 성적인 애도 하루에 3시간 이상 자는 게 힘들다. 시험기간에는 물론 5일동안 5~6시간 자는 게 비일비재하다. 이렇게까지 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첫학기에 아 꼴찌하면 뭐 어때 누가 뭐라고 하겠어 하면서 하고싶은 만큼만 공부하고 자고싶은 만큼 공부했더니 그 시험 끝나고 재시험 2번에 상담 5번을 불려다녔다. 상담받더라도 재시험 보더라도 어때? 이렇게 말하고 싶겠지만 당연히 혼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면 이제 이렇게 결심을 하게된다. 그럼 중간만 가자~. 그럼 그때부터 그 경쟁사회의 가운데에 놓여지고 누가 열심히 한다~라는 소문이 나면 나도 오늘부터 공부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스트레스로 부정맥이 오는 지경에 다다르는 것이다. 

 2. 수직적 문화가 존재한다.

 선후배 관계에서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우리학교는 일단 족보가 존재하는데, 바로 윗학년인 선배와 친해져놓지 않으면 족보를 받아놓기 힘들고 그러면 시험기간에 족보가 있는 사람보다 잠을 더 잘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족보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선배의 눈치도 보게되고, 선배와 사이가 좋지 않으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교수님과의 수직적 문화는 당연하다. 학점이 중요하게 생각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교수님들과 가까이 지낼만한 접점이 없다. 이공계나 자연계 일부처럼 실험실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담임반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지만 5분 남짓한 상담으로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것도 힘들다. 

 3. 같은 사람들과 4년간 같은 반에서 지내야 한다.

간호학과는 거의 다른 과들과 달리 시간표가 정해져있다. 그러다보니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두 반, 적으면 한 반에 모두 모여져 있고 이 반이 바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4년동안 항상 보던 얼굴을 봐야하고, 우리학교처럼 교내에 간호학과 외에 다른 과가 없으면 마주칠 사람들이 간호학과 사람들 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이런 문화가 더 서로 가깝게 지낼 수 있게도 하지만 다른 면에선 굉장히 불편한 점이 많다. 혹시라도 누군가와 싸워서 불편한 관계가 된다거나 해도 그 친구와 항상 얼굴을 보고 지내야 한다. 악감정이 남아있다면 얼굴 붉힐 일도 많을 것이다. 

 

 

거의 폐쇄적인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 뿐인 것 같다. 간호학과는 아무래도 외부의 사람들에게 이해받기가 굉장히 힘들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래도 취업 잘되잖아~라는 식의 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는 누가 간호학과 힘들죠? 라고 물어볼 때 이런게 힘들다 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왜 다들 간호학과 오지마세요 하는지 알겠다.